"내 딸 어디에" 무너진 학교에서 통곡…중국 공포로 몰아넣은 '그날'[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민수정 기자 2024.05.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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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대지진으로 인해 흔들리는 도시.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영상=유튜브 'Mundiverso'쓰촨성 대지진으로 인해 흔들리는 도시.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영상=유튜브 'Mundiverso'
'사망 8만7227명, 실종 1만7923명, 부상 37만4653명.'



지난 2008년 5월12일 오후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약 3달 앞둔 중국은 공포에 휩싸였다. 원인은 '쓰촨성 대지진'이었다.

사망자와 부상자뿐만 아니라 4천600여만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경제적 손실은 약 8451억위안(한화 약 166조원)에 달했다.



지난 1976년 24만명 넘는 사망자를 낸 허난성 대지진(규모 7.8) 이후 가장 참혹했던 것으로 기록됐다.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에서 일어난 지진 중에선 4번째로 강력한 규모였다.

과학학술지 '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의 2009년 보고서에서는 쓰촨성 대지진이 40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지질학적 '사건'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단층 활동이 활발한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있는 쓰촨성의 위치 때문. 지질학자들은 인도판이 북쪽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며 유라시아판과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사진=YTN그 이유는 단층 활동이 활발한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있는 쓰촨성의 위치 때문. 지질학자들은 인도판이 북쪽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며 유라시아판과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사진=YTN


쓰촨성 일대는 최근까지도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지난 2017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쓰촨성에서는 100년간 규모 5 이상 지진이 163회 발생했다.


그 이유는 단층 활동이 활발한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있는 쓰촨성의 위치 때문. 지질학자들은 인도판이 북쪽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며 유라시아판과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지역엔 지반이 갈라진 단층대가 많고 남북 방향으론 '룽먼산 단층대'도 있어 지진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규모 8' 강진에 휘청인 중국…"1만2000여개 학교 피해 입어"
지난 2008년 중국 쓰촨성 베이촨현에서 한 부모가 지진으로 사망한 딸(사진 속 왼쪽)을 애도하고 있다./사진=뉴욕타임스지난 2008년 중국 쓰촨성 베이촨현에서 한 부모가 지진으로 사망한 딸(사진 속 왼쪽)을 애도하고 있다./사진=뉴욕타임스
쓰촨성 대지진의 강도는 무려 '규모 8'.

이는 건물과 교량 등 대형 구조물이 붕괴하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정도로,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규모 7.8 지진이 원자폭탄 수십 개보다 강력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 쓰촨성 지진은 그보다 더 강했다.

심지어 일본, 필리핀, 태국 등에서도 당시 지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주요 진앙지였던 원촨은 4~5m 높이차가 있는 절벽이 순식간에 생기기도 했으며 다른 도시도 모두 폐허가 됐다. 진시황의 병마용 등 중국의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학교가 무너지면서 수업을 듣고 있던 학생들이 건물 잔해에 파묻히기도 했다. 쥐위안전중학교도 그랬다. 붕괴한 4층 건물 잔해 사이에서 피해 학생들의 가족들은 밤새 통곡하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1만2000여개 학교가 지진 피해를 보았다.

강력한 지진으로 21개 자연 호수가 만들어졌다. 설상가상 지진 후 피해 지역에 비까지 내리면서 호수 수위가 높아졌고 여진까지 발생하며 둑 붕괴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됐다. 실제 쓰촨성 광위안시 칭촨현의 자연 호수가 무너지며 인근 주민 3만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당시 쓰촨성에 머물던 한국인 유학생 5명은 연락이 잠시 두절됐지만 모두 안전히 구조됐다.

"구조견, 시체 썩는 냄새에 후각 잃어"…구조 '난항' 속 피어난 희망
강진으로 폐허가 된 베이촨시의 지난 2008년 모습./사진=CNN강진으로 폐허가 된 베이촨시의 지난 2008년 모습./사진=CNN
구조·복구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우려됐고 악천후, 교통두절 등이 이를 어렵게 만들었다. 면적이 한국보다 넓어 도움의 손길이 닿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진 발생 3일 만에 중국 정부는 쓰촨성 일대를 중심으로 전염병인 '가스 괴저병'이 유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상처가 감염되며 근육과 지방 조직 등이 썩는데, 심하면 해당 부위를 절단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피해 현장에선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베이촨중학교엔 당시 100여구 이상 시신이 매몰됐는데, 발견된 시신조차 검게 변색한 상태였다고 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이촨현에 투입된 구조견 10마리는 악취로 후각이 마비됐다.

12일 이후 중국 정부와 세계 각지에서 구조 인력이 투입됐으나 일부 지역에선 며칠이 지나서까지 난항을 겪었다. 특히 90% 이상 가옥이 무너졌던 베이촨현은 도시 전체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건물뿐만 아니라 도로가 끊기는 등 도시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어려운 상황에도 곳곳에선 희망이 들려왔다.

베이촨현에서는 98세 노인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양호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며 9일 만에 구조됐다. 몐주의 한 80대 노인은 돌기둥 아래 깔렸지만 266시간(11일)을 버텨냈다. 아내로부터 물과 음식을 공급받아 생명을 유지했다고 한다.

펑저우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임산부들의 분만을 도와 무려 36명의 아이가 부모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쓰촨성, 여전히 2008년에 머물다
지난 2018년 한 방문객이 쓰촨성 지진 추모현장을 방문하는 모습./사진=CNN지난 2018년 한 방문객이 쓰촨성 지진 추모현장을 방문하는 모습./사진=CNN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대규모 재건 사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후이량위 국무원 부총리는 쓰촨 대지진 피해를 복구하려면 8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는 정확히 10년 만에 공식적으로 '복구 완료'가 선언됐다. 2018년 5월12일 쓰촨성 원촨현에선 피해자 추모와 함께 복구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펑칭화 쓰촨성 서기는 "10년 사이 중국 인민과 외국 친구들의 지원으로 피해복구와 지역 발전에 큰 성취를 거두며 경제사회의 도약과 도시농촌의 변화가 이뤄졌다"고 마음을 표했다.

그러나 쓰촨성 사람들은 여전히 그날을 잊지 못한다.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은 지금까지 우울증을 겪고 있다. 4000여명의 아이가 부모 잃은 고아가 됐다.

아들을 잃은 쓰촨성의 한 공무원은 지진 5개월 만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쉴 새 없는 복구 작업과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편히 쉬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밖에도 수많은 공무원 및 관계자들이 쓰촨성 대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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