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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해주를 선전·푸동처럼…北특구 'H'라인으로 잇는다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2018.05.08 05:30

[경제가 평화다-④경제특구]북한의 개혁·개방 거점 될 경제특구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

2001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8년 만에 재방문한 중국 상하이를 둘러보고 했다는 말이다. 중국의 발전상에 충격을 받은 그는 이듬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특구, 신의주특별행정구 등 대외 경제특구를 지정했다. 각각 1980년, 1992년 지정돼 중국의 발전을 이끈 선전특구, 푸동신구를 벤치마킹하려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의 북한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 거점이 될 특구가 주목받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부상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북한의 특구들, 한반도 신경제 'H라인'으로 연결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10·4선언에는 경제협력 사안으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개성공업지구 2단계 개발 착수 △안변(원산 인근)·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특구·협력단지 개발이 제시됐다. 해주와 남포, 개성, 원산 등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나오는 '서해안 벨트'와 '동해권 벨트'에서 각각 산업 거점 지역이 될 도시들이다.

현재 라선(나진·선봉) 무역지대, 개성공업지구, 금강산관광특구, 신의주특별행정구,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등이 대외 경제특구로 지정돼 있다. 북한은 이들 특구를 통해 원자재 개발과 무역, 금융, 관광 등의 인프라를 갖춰나간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원산과 백두산, 칠보산을 연계하는 관광특구 개발과 황해도 해주(강령) 경제특구 등을 모색 중이다.

우리 정부는 이들 특구를 'H'라인 형태의 철도와 도로로 연결하는 방안을 구상해 북한에 제안했다. 과거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하고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 라선, 신의주, 황금평·위화도 특구는 남한보다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구체화할 경우 향후 특구 개발에서도 남한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의 경우도 북은 당초 현대그룹과 논의를 시작할 때는 중국과 가까운 '신의주'에 공업지구를 만들자고 고집했다. 하지만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한 접경 지역인 개성으로 급선회했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개성공단처럼 폐쇄된 수준이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한 각국의 기업을 유치해 집중 개발하는 형태로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남한의 10분의 1 임금에 우수한 노동력 = 북한 내 특구 개발은 남한 기업에게도 기회다. 개성공단의 경우 2016년 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가동을 중단할 때까지 북보다는 남에 더 큰 이익을 안겼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4년 내놓은 개성공단 가동 10년 평가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가동에 따른 남한의 내수 진작 효과는 32억6400만달러, 인건비 절감액은 49억3640만달러에 달했다. 북한이 본 경제 효과는 임금과 중간재 판매액, 토지 임대료 등을 통틀어 3억7540만달러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숙련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2014년 기준 개성공단 최저임금은 월 70.35달러다. 당시 한국 시화공단의 831달러, 중국 청도공단 194달러, 베트남 탄뚜언공단 95.8달러에 비해 크게 낮다. 북한의 의무교육 기간이 11년, 취학률이 98%에 이른다. 북한 근로자들의 기술 습득 속도가 오히려 남한 근로자들보다 빠르다는 게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한 기업들의 증언이었다.

이 때문에 특구 개발은 남한의 높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중국과 베트남 등지로 사업장을 옮겨야 했던 우리 기업들에게 유턴(U-turn, 복귀)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2013년 '유턴기업지원법'을 제정했지만 2012년부터 2017년9월까지 국내로 복귀하거나 복귀하기로 한 기업은 88개에 그치는 등 실적은 미미하다. 진출한 국가의 인건비 상승과 특혜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의 기업 환경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성장세가 꺾인 국내 산업계에도 경쟁력을 회복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발주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 산업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1999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 1위에 올랐지만, 2012년부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밀리고 있다.


화물선 건조 시장은 인건비를 비롯한 원가 경쟁이 치열하다. 북측 지역에 선박 부품(블록) 공장을 지을 경우 남한 조선소들의 원가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10·4 선언에는 북한의 원산 인근 안변과 평양과 가까운 남포에 남북이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기로 하는 내용이 있고, 대우조선해양이 안변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20만 톤 규모에 블록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북 측과 실무 접촉을 진행하기도 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진중공업이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필리핀 수비크에 건설한 조선소의 경우 관련 인프라가 없어 고전했는데, 원산 인근이라면 생산한 선박 블록을 바지선을 이용해서 남한의 조선소까지 옮길 수 있는 거리"라며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해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면 중국으로 내준 일감을 가져올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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